본문 바로가기

일상적인 정보

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

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- 김신회 -


만화가 세상의 전부였던 시절, 학교 끝나고 친구들은 모두 학원에 다닐 때 집에서 항상 보던 보노보노
소심한 보노보노와 얄미운 너부리 어쩌면 그 친구들의 이야기는 밋밋하지만 눈을 뗄 수 없는 즐거움을 주기도 했었다.
이젠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보노보노의 내용은 잊고, 그저 '그 만화를 볼때 나는 항상 힐링을 했던 것 같아'라는 감정의 한 구석을 이 책은 파고들었다.

소심하고 걱정이 많은 보노보노를 언제나 찾아주는 친구들이 있다.


  • 대단한 꿈 없이도 묵묵히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. 큰 재미보다는 편안함을 선호하는 사람들. 어렸을 적 기대에는 못 미치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좌절하기만 하지도 않는 사람들. 잘하고 싶었던 것들 앞에서 한참 욕심을 내고도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며 체념할 줄 아는 사람들. 나의 웃음과 눈물과 한숨만큼 누군가의 웃음과 눈물과 한숨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들. 가끔은 심하게 의욕 없고 게을러 보이는 사람들. 우리는 다 그런 사람들이 아닌가. 잘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살아가는 사람들 아닌가.


최근 진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.
남들은 직장에서 자리도 잡고, 결혼해서 새 가정도 꾸리고 살고 있는데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건지..
이제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이 맞는 건지도 헷갈리고 있는 요즘

이 책을 읽고, 그럭저럭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나를 규정하게 되었다.

누군가는 유튜브를 통해서, 누군가는 BJ로, 누군가는 쇼핑몰 사장이 되어 '억'이라는 금전적 숫자는 이렇게 남의 나라의 돌멩이만큼 내게 너무 먼 이야기이고, 앞으로 느낄 왠지 모를 암묵적 상실감의 존재였다.
잘 살고 있는 게 맞는 건가? 어떤 일을 시작하기 위해 나는 그 어떤 재능도, 아니면 열정도 없는 그런 성인으로 비 온 뒤 죽순 자라듯 쑥 자라 버린 느낌이다.

독서를 통해 느끼게 되는 많은 장점 중에
에세이를 좋아하는 내게, 읽는 중간중간 '아.. 내가 정말 좋아하지 않는 장르야'라며 이 가벼운 독서가 여름 장마처럼 지루하게 길어졌다.

하지만, 읽을 때는 감흥이 없어도 누군가의 생각이 내 마음속에 화살처럼 꽂히는 순간이 있다.
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...
나는 앞으로도, 소심하지만 보노보노처럼 살 수 없다. 하지만 그렇게 꿈이 없이도 살 수 있는 어른 아닌 단지 그냥 자란 성인으로 내게 주어진 삶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아봐야겠다.


  • 어른은 재미없어
    재미없어지고 나서야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어른이거든
  • '어떤 일을 매일 한다'는 말은 왜 이리 사람을 숙연하게 만드는가. 지루함이나 숨 막힘 따위 안 느끼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.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계속해 나간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견한 일 아닌가.
  • 사랑은 두 사람이 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. 사랑은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하는 것이다. 그들은 이기적이기만 한 둘의 마음을 이해한다. 나도 그런 적 있었다고. 그런 법이라며 철없는 두 사람을 말없이 감싸준다.